성조가 틀리면 목숨이 왔다갔다

― 중국어는 멜로디의 언어

중국어는 성조(聲調, 声调)가 틀려지면 자칫 목숨이 왔다갔다한다. 음? 성조가 뭐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째튼, 말 한마디를 어찌 잘못 하다보면 죽는 수도 있다, 그 얘기 같은데, 에이, 괜히 하는 말이겠지, 설마…. 아니다. 정말이다. 진짜로 불쌍한 코쟁이 아저씨 한 명이 억울하게도 황천 가신 사연을 신문을 통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바 있다. 그 사연을 말하려면 성조가 뭔지 그 얘기부터 해야 되겠지?

        물만두 먹고 칼 맞아 죽은 사연

  중국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언어다. 소리의 크기, 강약, 그리고 높낮이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언어이기 때문. 실제로 아름다운 목소리의 여성이 정확한 발음으로 중국어를 구사하는 것을 들으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황홀해진다.(우이, 씨! 나만 그런가?)

  중국어에는 성조가 네 개 있다. 또 때에 따라 소리를 가볍게 내라는 경성(輕聲, 轻声)이라는 것도 있다. 앗, 잠깐. 본격적인 발음 공부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일단 통과하자. 아무튼 성조가 있다는 말은 소리의 높낮이가 다르면 뜻도 달라진다는 얘기다. 물론 성조가 틀려도 중국 사람들이 대충 알아서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목숨이 왔다갔다하기도 한다.

  자, 그럼 이쯤에서 위에서 말한 코쟁이 아저씨 사연을 알아보자. 불쌍한 그 아저씨, 대만의 어느 language center에서 열심히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최근 친해진 한 중국인 친구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거리의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그 코쟁이 아저씨, 무심코 그 전날 저녁에 있었던 일(!)을 고백(?)하고야 말았다. 쯧쯧! 그게 화근이었다.

  “오우, 클래서 마리죠,(코쟁이 양반들은 중국어도 이런 식으로 말한다, 이다도시 버전으로 재생해서 들어보시라) 나, 탕신, 여자 친구 만나써요!”

  ‘응? 내 여자 친구를 만났다고? 그래서?’

  그 중국 사람, 일순 긴장했지만, 아, 그 정도 가지고 시비를 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계속 듣다보니, 아니, 이게 무슨 개소리? 우연히 만난 게 너무 반가워 두 ‘년놈’이 그만 함께 ‘뭔가’ 일을 벌이고야 말았다는 게 아닌가!!!  

  “오우, 클래서 마리죠. 탕신 여자 친구하고 나하고…(흐르는 침묵. 고조되는 긴장감)…”

  “이(↘)치(↓)취  수이(↘)쟈오(↘)”

  “아니, 뭐라고? 이 코쟁이놈이! (포장마차에 있던 칼을 집어들고)에잇, ‘나뿐’ 놈! 죽어랏!”

  “(코쟁이 아저씨, 당황한 목소리로) 아니, 캅자기 왜 일러시는 커예요? 오우, 일러지 마세요! 오우, 노우! 으악!!!”

  불쌍한 그 아저씨, 이렇게 졸지에 저 세상으로 가시고야 말았단다. 잔뜩 흥분한 그 중국 사람, 내친 김에 여자 친구마저 황천길로 보내려고 뛰어갔다. 헌데, 그 여자 친구 왈: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단지 그 사람하고… 이(↘)치(↓)  츠(→)  수이(↗)쟈오(↓)!”

  “아~아?(비명에 가까운 탄식!) 뭐어―라고?(절규)”

  그 코쟁이 양반, ‘함께, 같이(一起)’라는 뜻의 ‘이(↘)치(↓)’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발음했다. 비극은 ‘수이/쟈오’에 있었다. 그 여자 친구가 발음한 ‘수이(↗)쟈오(↓)’는 ‘물만두(水餃, 水饺)’라는 뜻이고, 코쟁이 양반이 성조를 잘못 발음한 ‘수이(↘)쟈오(↘)’는 하필이면 ‘잠을 자다(睡覺, 睡觉)’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오우, 클래서 마리죠. 탕신 여자 친구하고 나하고, 카치 가서 물만투 머거써요!”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데,

  “오우, 클래서 마리죠. 탕신 여자 친구하고 나하고, 카치 가서 잠자써요!”

하고야 말다니! 죽으려면 접시에 코를 박아도 물에 빠져 죽는다고, 왜 하필이면 그 여자를 만났던고! 그 많은 음식 중에 왜 하필이면 물만두를 먹었던고! 성조가 다르다고 왜 하필이면 물만두가 잠을 잔단 말인고! 하이고,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궁금증이 많으신 꼼꼼한 독자 여러분을 위해 참고 삼아 말씀드린다. ‘취(↘)’는 ‘가다(去)’라는 뜻이고, ‘츠(→)’는 ‘먹다(吃)’라는 뜻이다. 쯧쯧, 그거라도 정확하게 발음했으면 혹시 누가 아는가? 칼날이 심장을 비껴갔을지….

        입체의 공간에서 춤을 추는 멜로디의 중국어

  한국어와 중국어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그렇다. 불쌍한 코쟁이 아저씨를 황천길로 떠나보낸 바로 그놈의 성조에 있다. 한국어는 성조가 없는 평면어(平面語, 平面语)지만, 중국어는 성조가 있기 때문에 입체어(立體語, 立体语)라고 할 수 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풀어서 설명해드리지. 한국어는 음절이 길다. 다시 말해서, 말하는 이가 자신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평면의 도화지 위에 늘어놓듯 한참 길게 말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중국어는 단음절 위주의 언어다. 소리는 짧게 압축해서 내는 대신, 성조에 의해 입체의 공간에서 오르락내리락 높낮이를 달리하여 경쾌하게 춤을 추듯 자신의 의사를 표명한다. 예를 들어드릴까?

  니(↓) 쭈(↘) 나알(ꀭ) ?

  [니(↓)]는 2인칭, [쭈(↘)]는 [살다], [나알(ꀭ)]은 [어디]라는 의문사니까, “당신은 어디에 사십니까?”라는 뜻이 된다. 선생님, 근데 [ ꀭ ]는 무슨 표시예요? 하하, 수이 나그네는 주의력이 아주 뛰어나군요? 쪼았어! 점수 일 점 플러스, 찰카닥! 중국어의 세번째 성조, 즉 제3성은 문장의 가운데에서는 [ ↓ ]처럼 낮게 떨어져있는 음으로 발음해주지만, 문장의 맨 마지막 부분에 놓이면 뒤를 살짝 치켜올린다. 그래서 요렇게 [ ꀭ ] 표시해준 거다. 아셨지?

  아무튼 여기서 “당신은 어디에 사십니까?”라는 한국말이 모두 몇 음절로 이루어져 있는지 한번 세어보시라. 그렇다. 열 음절이다. 사이에 있는 조사 [~은]과 [~에]를 빼고 거칠게 말하면 여덟 음절, “너 어디 사니?” 아무렇게나 마구 말한다면 다섯 음절이다. 상황에 따라 열에서 다섯 음절 사이를 오가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어는 몇 음절? 뭐라고요? 네 음절이라고? 하하, 맨 뒤의 [~알]은 따로 내는 소리가 아니다. 그 앞에 있는 [나]의 뒷부분을 발음할 때 얼른 혀를 말면서 마무리를 지으라는 뜻. 그러니까 모두 세 음절이다. 게다가 중국어는 존칭어가 따로 없다. 존칭 어미 변화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존칭어를 사용하느라 음절이 길게 늘어나는 경우가 없다는 뜻. 그러니까 그 어떤 경우에도 세 음절이다. 생각해보시라. 우리말에 비해서 얼마나 짧은가.

  이렇게 성조는 화자(話者, 话者)가 평면 위에서 소리를 짧게 압축하느라 미처 전달하지 못했던 뜻과 감정을, 입체의 공간에서 높낮이의 변화로 보충하여 표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게 중국어의 가장 큰 특색이요, 여러분이 기존에 알고 있는 언어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좌우간에 성조를 틀리게 발음하면, 상대방 중국인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은 세 가지쯤 된다. 첫째, 하하, 저 친구, 성조가 엉망이군. 여유있게 대충 알아서 새겨듣는 경우. 둘째, 응? 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못 알아듣고 답답해하는 경우. 셋째, 아니, 뭐라고? 저 자식이 죽을라구 환장했나?! 뜻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엉뚱하게 오해를 하는 경우. 이런 경우가 어디 그리 흔하겠느냐고? 글쎄, 별로 없다면야 무슨 고민이겠는가. 문제는 너무나 비일비재, 일상 회화에서도 툭하면 튀어나온다는 사실에 있다. 가령,

  니(↓) 쭈(↘) 나알(ꀭ)?   (당신은 어디 사십니까?)

하던 의문문이, 성조 하나가 살짝 달라지면,

  니(↓) 쭈(↘)나알(↘).   (당신은 거기에 삽니다.)

졸지에 평서문으로 바뀌고 만다. 상황이 그러하니, 재수 옴 붙으면 그 불쌍한 코쟁이 아저씨처럼 물만두 먹었다가 황천길로 떠나가는 경우까지 생기게 되는 거다. 이제 이해가 되셨지?

  앗, 가이더님, 전 노래 잘 못하는뎅…. 칼 맞아 죽으면 어뜩해요? 낭중에 배울래요! 하하, 영미 나그네,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답니당. 나그네 여러분, 이 김용표가 책임질 테니 걱정 붙들어매시고 가르쳐드리는 길로만 고대로 따라오시라. 앗! 중국어가 이렇게 재밌었어?! 머지않아 즐거움에 겨운 탄성, 하하호호 싱글벙글 행복한 미소가 여러분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게 될 테니깐!

        쿵짝 쿵짝! 리드미컬 중국어로 인생을 즐겁게!

  아무튼 중국어에서는 이렇게 높낮이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그러나 높낮이만이 멜로디의 언어, 중국어의 전부는 아니다. 멜로디의 언어가 되려면 아주, 아주 중요한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소리의 강약을 맞춰줌으로써 생기는 리듬감이다. 어휴, 또 있어요? 성조 공부할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한데, 외울 게 또 있단 말이에요? 아, 글쎄, 걱정 말라니깐? 걱정거리일랑 모두 모아, 잠시 후 한 방에 날려드릴 테니, 지금은 우선 ‘코쟁이 아저씨’와 더불어 칼 맞을 뻔했던 그 아가씨의 말을 다시 한번 들어보며 강약의 특성을 알아보자.

  이(↘)치(↓)  츠(→)  수이(↗)쟈오(↓).       (같이 물만두 먹은 건데…)

  글자의 크기와 굵기를 제각기 다르게 해놓았죠? 이게 바로 김용표 버전, 강약의 표시다. 앞으로 계속 요렇게 표시할 테니 기억해두시와요? 좌우간에 사람들은 흔히 중국어가 지니고 있는 이 강약의 특성을 간과한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성조가 달라지면 뜻도 달라지지만 강약이 달라진다고 뜻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신경을 안 쓸 수밖에. 하지만 언어의 강약은 의외로 대단히 중요하다. 남녀간에 사랑하고 연애할 때, 강약 강강약! 리드미컬하게 밀고 당기는 것이 성공과 실패의 분수령이 되듯, 언어도 마찬가지다. 강약의 리듬감이 너무너무 중요하다. 왜냐하면 언어는 ‘뜻’뿐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감정’도 전달해주는 도구이기 때문. 그런데 언어에 ‘감정’을 집어넣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반드시 높낮이와 강약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세종로 한복판에서 사랑하는 그녀의 이름을 목청 높여 외쳐보자.

   “선, 영, 아(→)! 싸, 랑, 해(→)!”

  사랑의 감정이 듬뿍 담긴 그 애절한 목소리에 당신의 사랑, 아름다운 그녀는 필경 당신에게 홀라당 마음을 뺏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컴퓨터가 말하는 식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높낮이와 강약의 변화가 전혀 없는 목소리로,

  “선영아, 사랑해. 선영아, 사랑해. 선영아, 사랑해….(고장난 레코드?)”

한다면, 이건 그야말로 초(超)일류 코미디! 아니, 이 자식이? 그녀는 야멸차게 당신의 뺨때기를 후려칠 게 틀림없다. 소리의 강약은 그처럼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두번째 이유가 더욱 중요하다. 평면의 언어, 한국어도 그런 판이니 입체의 언어, 중국어는 오죽하랴! 중국어는 뭐라고? 멜로디다! 강약의 흥겨운 박자에 맞춰 높낮이의 춤을 추는 생기발랄한 언어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학생들이 그 사실을 모른다. 높낮이는 어영부영, 강약의 변화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그런 짜가 중국어를 구사한다. No! 안 된다. 그런 생기 없는 중국어, 강시(僵屍, 僵尸) 중국어를 배우면 절대 안 된다.

  중국어의 생명의 원천은 성조다. 근데 성조는 사실 높낮이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동시에 강약의 특성도 지니고 있다. 성조를 제대로 구사하기만 하면 높낮이와 함께 쿵짝 쿵짝, 경쾌한 리듬이 저절로 탄생하는 법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설명을 해드리지.

  1성과 4성은 원래부터 강하고 센 발음이다. 반대로 2성과 3성은 약하고 부드러운 성질을 지니고 있다. 특히 탁하고 낮은 3성과는 달리, 귀엽고도 경쾌하게 스리살짝 올리면서 발음하는 2성은 그야말로 애교 만점! 중국어 발음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을 살려 높낮이와 함께 강약도 맞춰줘야만 흥겨운 리듬감이 탄생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강(→)약(↓), 강(↘)약(↗), 강(→)약(↓)약,  강(→)약(↗)

   쿵짝 ꁔꁗ      쿵짝 ♬ꁖ     쿵짜작 ꁝ♪ꁡ     쿵짝 ꁝ♪ꁡ

  그래야만 진짜 멜로디의 언어, 오리지널 중국어가 재현되는 거다. 아시겠죠? 아니, 뭐라고요? 뜻만 통하면 되지, 쑥스럽게 딴따라처럼 별 짓을 다 한다구요? Oh, No! 아니에요!

  점잖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나 무뚝뚝하다. 잘못된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엄숙하시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술 취해 노래방 가면 신나게 놀면서도, 정작 일상생활 속에서 정감 있게 말해야 할 때는 맹숭맹숭 너무나 쑥스러워한다. 특히 김용표 같은 중년 남성이 그렇다. 고개 숙인 남자! 이 땅의 수많은 슬픈 아버지들은 그 때문에 인간관계를 실패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선생님, 선생님, 드래곤 선생님, 삶을 왜 그리 딱딱하게 사시나요? 과거의 나처럼 그런 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이제는 안 된다. 인생은 한 번뿐 아니던가! 우리의 나쁜 언어 습관을 바꾸자. 모두모두 김용표와 함께 중국어를 배워서 잘못된 삶의 습관을 바꾸자. 강약, 강약, 강약약, 강약! 아침마다 저녁마다 정겹고도 흥겨운 중국어의 멜로디를 익히자. 석 달! 석 달이면 된다. 석 달이면 쿵짝 쿵짝! 리드미컬 중국어가 우리의 입에 짝 달라붙어 술술술술 터져 나온다. 그 다음부터는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호랑이 등짝 위에 올라탄 듯, 에헤라 데헤야 순풍에 돛 달고서 망망대해 노 저어 나아가듯,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늘어나는 자신의 중국어 실력이 너무너무 신나고 재미있다. 그쯤 되면 인생관이 바뀌고, 삶이 즐거워지게 마련이다. 새로운 인생이 열리는 것이다. 네? 뭐라구요? 저 여행 가이더가 딴 건 몰라도 썰은 참 잘 푼다고요? 나, 원, 참! 아, 글쎄, 속는 셈치고 따라와보시라니깐요? 밑져도 중국어 하나는 건지지 않겠어요?

        멜로디의 중국어, 잠자다가 물만두를 먹다!

  여기서 잠깐 멜로디의 중국어에 얽힌 에피소드 한마디! 내가 중국에서 직접 겪었던 경험담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점이 있어서 독자 여러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한다. 사연인즉슨, 천하 절경이라는 장강(長江, 长江) 삼협(三峽, 三峡)을 구경하고자 몇 년 전 나 홀로 외로이 중경(重慶, 重庆)에 간 적이 있다.

  그날 밤, 나는 거리 구경을 나갔다가 길거리에 테이블 몇 개 늘어놓은 어느 허름한 식당에 앉아 물만두(중국어로 뭐라 한다고?)를 먹고 있었다. 그 집 ‘라오(↗)반(↓)’, 그러니까 주인 아저씨가 내 행색이 어딘가 남달라 보였던지 자꾸만 말을 건다. 어디서 오셨수? 몽고에서 왔수다레. 뭬라? 몽고? 서로 흰소리를 하면서 나는 아하, 여기 말은 표준어의 성조를 상당히 무시하는구먼! 사천(四川)어의 특성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깨달은 게 또 하나 있었다. 문득 옆을 보니 기막히게 예쁜 아가씨 두 명이 앉아 물만두(수이/쟈오!)를 먹으며 우리의 대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은 것이다. 근데, 그 아가씨들, 우리의 대화를 들으며 자꾸만 낄낄 웃네? 그뿐이 아니다. 계속해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특히 그 중의 한 명이! 어쩐지 수상한(?), 아니, 야릇한 눈빛이다.(착각은 자유니깐) 거리의 여자 같지는 않은데…. 그러나 나는 워낙 소심한 성격인지라 그 아가씨들에게 언감생심 말을 붙여볼 생각도 못했다.(믿거나 말거나)

  아가씨들의 웃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낄낄 깔깔 웃음 사이로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자 하니, 어럽쇼? 바로 대만에서 물만두(성조 다시 한번 확인하세요) 먹은 죄로 칼 맞아 죽은 그 코쟁이 아저씨 얘기가 아닌가? 그 얘길 어떻게 알고 있지? 근데 그 아가씨, 그 ‘수이/쟈오’의 성조가 엉망이다. 물만두가 잠자고 있고, 잠자다가 물만두를 먹는다. 이 아가씨가 코쟁이 아저씨랑 같이 물만두 먹은 그 대만 아가씨라면, 필경 자기 남자 친구한테 칼침 맞았을 게 뻔하다.

  그래도 그녀의 중국어는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중국어는 과연 멜로디의 언어다. 성조가 일부 틀려도 전체적인 리듬감만 살면 참으로 아름답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소리? 아까는 성조가 틀리면 칼 맞아 죽는다며 잔뜩 겁을 주더니만 왜 또 딴 소리야, 이거? 물론 그렇지. 영문도 모르고 개죽음 당해서야 되겠는가?

  하지만 모든 중국 사람이 모두 다 완벽한 중국어를 구사하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아나운서들도 표준어를 잘못 구사한다고 지탄받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는가 말이다. 성조가 일부 틀려도 칼만 안 맞으면 된다. 보다 더 중요한 건 전체적인 멜로디의 흐름을 타는 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틀릴 생각 하고 성조를 엉망으로 배우면 멜로디의 흐름을 타기는 고사하고, 칼 맞을 확률만 점점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앗, 얘기가 또 너무 샜군.

  아직도 풀리지 않는 나의 미스터리는 이거다. 그 아가씨, 그놈의 물만두(수이/쟈오!)를 그 예쁜 입에 오물오물 집어넣고 먹으면서, 게다가 칼 맞아 죽은 그 아저씨 얘기를 하면서, 대체 왜 자꾸만 날 쳐다보았던 걸까요? 독자 여러분, 제가 무슨 죄를 지은 겁니까? 아무튼 갑자기 칼 맞아 죽을까 두려워진 김용표, 허겁지겁 숙소로 돌아왔다나 어쨌다나.